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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라면

이종오 (말딩)
2018-12-21
조회수 157

따뜻한하루 아빠와 라면



    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린 시절 아토피가 심했다고 하더군요.


하나뿐인 딸을 걱정하던 엄마는

  건강 음식, 웰빙 마니아가 되셨고,

엄마의 엄명으로 우리 집은 인스턴트 음식이

  금지되어 버렸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아주 건강해서 아무거나 잘 먹지만

  엄마는 아직도 음식에 예민하십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건 아빠가 라면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엄마가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조금 늦어진다는 소식에 아빠는 후다닥 슈퍼에 가서

  라면 2개를 사 오셨습니다.


    "아빠. 엄마가 알면 난리 날 텐데."

  "괜찮아. 안 걸리면 될 거야!"


그리고 아빠의 눈물겨운 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버너와 냄비를 준비하고, 냄새로 들킬까 싶어

  추운 베란다에 쭈그려 앉아 엄마가 안 계시는

  시간을 이용하여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라면을 끓여 드시고

  엄마 몰래 설거지까지 마친 아빠는 저를 향해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척 내밀며

  마치 전쟁터에서 이겨 돌아오는 장수의

  표정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아빠 너무 귀여우시죠?

근데 아빠.

사실 엄마는 아빠 라면 먹는 거 다 알고 있었답니다.

베란다에서 그러는 게 너무 애처로워서

  이번 한 번만 봐준 거라네요.



행복은 밖에서 오는 것도 아니며,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고작 라면 하나에서도 사랑과 기쁨을

  발견할 수 있듯이 말입니다.



# 오늘의 명언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간다.

– 제임스 오펜하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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